축산업/정육상식

돼지와 돼지고기의 한국사에 대하여 알아봅시다...(제9편 1960년대 국내상황-1)

오늘도힘차게 2019. 12. 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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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돼지고기의 한국사에 대하여 알아봅시다...(제9편 1960년대 국내상황-1)



1950년대 대다수의 국민들이 매 끼니를 걱정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 공법 제480호(농업교역진흥 및 원조법(Agricultural Trade Development and Assistance Act : PL 480)에 의한 무상원조를 받기 시작하면서 잠시 끼니 걱정을 더는 듯 싶었으나, 미국의 국제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위기에 처하게 되자 미국의 케네디대통령은 1961년 대외원조법(FAA : Foreign Assistance Act of 1961)을 개정하면서 한국에 대한 무상원조를 점차 유상원조로 전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대외원조법에 서명하는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


그 영향으로 한국은 수출보다 수입의 규모가 점차 증가하게 되었고, 대량의 미국 잉여농산물의 도입으로 농산물가격이 낮게 유지되는 바람에 농가경제는 적자를 면치 못하였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개발 추진으로 통화량이 증가되자 한동안 낮게 유지되었던 물가가 다시 급등하게 되었습니다.


1960년 3월 23일 동아일보


당시 정부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축산물을 비롯한 식량자급을 확보하는 것이었으나, 그동안의 노력들은 투자재원의 부족, 기술의 후진성 등에 의하여 의욕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은 내수시장이 협소하고, 부존자원마저도 부족한 문제점까지 있었으므로 정부는 축산업을 진흥시켜 농가의 소득과 수출을 동시에 증대시키고, 식량증산까지 이루기 위하여 1960년 축산장려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물가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1961년 11월 “물가조절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제정하고, 1962년 8월부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물가조절에 관한 임시조치법의 적용을 받는 중요물자에 포함시켜 서울특별시장 또는 각 도지사가 고시하는 최고가격을 초과하여 판매할 수 없고, 매점 또는 매석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적극적으로 육류가격의 규제를 시행하였습니다.


물가조절에 관한 임시조치법 공포의 건(1961)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없이 가격규제 위주로 물가정책을 추진하였고, 육류가격을 축산기업조합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구조하에서 축산기업조합이 가격을 인상하여도 이를 단속할 법적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관계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처하였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물가상승을 억제할 수 있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유통질서가 혼란스럽게 되고, 실제가격과 정부의 통제가격이 다른 이중가격이 형성되는 등 또 다른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통제하에서도 1근에 60원이던 돼지고기의 가격은 1963년 9월에는 78원, 1965년 3월에는 130원, 1967년 11월에는 180원, 1968년 3월에는 200원, 1969년 10월에는 최고 250원까지 가파르게 상승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관계 당국은 육류가격의 인상이 다른 음식가격의 연쇄인상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을 우려하여 돼지고기 가격을 인상 이전의 가격을 적용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때에는 영업정지처분 등의 행정조치 또는 통제가격을 준수하도록 통고하기도 하였으나, 오히려 식육업자들은 돼지 산지가 및 유통비용이 상승하여 어쩔 수 없이 돼지고기의 가격도 상승한 것이라 주장하였고, 이를 단속하여야 할 관계 당국은 돼지고기의 가격 인상은 해외 수출로 인한 공급량의 부족이 원인이고, 다른 생필품들도 모두 인상되는 상황에서 육류가격만 강력하게 단속하기 힘들다고 하며 수수방관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시 대한어머니회는 식육업자들을 악덕상인이라 규정하고, 주부들이 나서서 이를 고쳐야 한다며 육륙가격이 통제가격으로 환원할 때가지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하였고, 육류대용으로 만든 인조고기까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1968년 12월 24일 동아일보


인조고기는 콩과 밀에 첨가물을 배합하여 고기와 유사한 식감을 갖도록 하는 식품으로서, 육류가격의 상승으로 고기를 접하기 힘들었던 대다수의 국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고기맛이라도 느껴보기 위한 식품이었고, 현재와는 달리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허덕이던 당시에는 실제 고기보다 칼로리가 더욱 높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광고할 정도였습니다.


1969년 8월 21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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