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와 돼지고기의 한국사에 대하여 알아봅시다...(제11편 1980년대 국내상황-2)

돼지와 돼지고기의 한국사에 대하여 알아봅시다...(제11편 1980년대 국내상황-2)

돼지파동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수출촉진정책과 민간주도의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적정선을 초과한 돼지의 사육두수는 좀처럼 감소하지 않아 상당기간 불안정한 상태가 유지되었습니다.

또한,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이 안정되도록 가격연동제의 도입 및 정육점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였고, 1980년 13,545개였던 정육점이 1982년 17,632개로 약 30% 이상 양적으로 증가하게 된 이후 정육점은 자체적인 가격경쟁보다 비계를 많이 섞어 파는 꼼수를 쓰게 되면서 사실상 가격연동제의 도입목적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1982년 6월 18일 매일경제

이에 정부는 가격연동제를 위반하는 정육점을 집중단속하여 세금추징 및 정육점 허가의 취소 등으로 강력하게 대처하려 하였으나, 정육점이 돼지고기 판매를 기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또한 매우 미온적인 반응을 취하게 되어 가격연동제가 정착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날로 늘어가던 돼지사육두수는 1982년 12월 돼지질병의 만연으로 일시적으로 감소하였지만,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서면서 공급과잉현상이 지속되어 돼지가격은 계속 하락하게 되자 정부는 계속 돼지파동의 발생가능성을 우려하여야 했습니다.

1982년 8월 10일 동아일보

하지만, 양돈가에서는 정부의 우려와 달리 “양돈업은 투기이자 자본경쟁이다, 불황이 온다해도 다시 호황이 오면 이득을 얻을 수 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돼지파동에 대한 위기감이 부족하였고, 돼지파동 이후에도 호황시에는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자발적인 감축노력은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1983년 7월 27일 경향신문

이에 축협이 우선 돼지고기 가격의 안정을 위하여 모돈감축운동을 전개하였음에도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되자 정부는 모돈의 25% 이상을 감축하도록 하고, 자돈(仔豚)의 판매억제 및 돈사(豚舍)의 신축 및 증축을 불허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돼지를 수매하도록 하였습니다.

1984년 2월 9일 매일경제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돼지가격이 계속 하락하게 되자 양돈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였고, 양돈기업들도 큰 타격을 받게 되어 1984년 2월 당시 돼지 약 3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면서 사료농장까지 겸하던 대형 양돈기업중에 하나인 제일농장도 부도를 피하지 못하였습니다.

제일농장도 부도 알림 표지판

양돈가의 양돈포기사태로 인하여 1983년 12월 기준 53만 9천개에 이르던 돼지사육농가는 1984년 3월 기준 47만 2천개로 약 12%가 감소하였고, 돼지사육두수는 364만 마리에서 325만 마리로 약 11%가 감소하게 되어 돼지고기 가격은 점차 안정을 찾는 듯 하였습니다.

돼지사육마리수와 생산액 추이

이렇게 돼지와 돼지고기의 가격이 매우 혼란스러웠던 것과 별개로 국민경제의 성장으로 돼지고기의 수요량은 꾸준히 증가하였고, 특히 돼지고기를 이용한 육가공제품의 수요는 더욱 증가하였습니다.

80년대 육가공 제품들

이에 대기업들은 앞다퉈 육가공업에 진출하였고, 1985년 4월 정부가 전업양돈가의 과잉생산을 억제하고 부업농가를 보호하기 위하여 자유업이던 양돈업을 사육두수에 따라 등록과 허가제로 전환할 방침을 밝히자 삼양식품, 해태제과, 농심, 롯데그룸 등의 대기업이 법률의 개정전에 서둘러 육가공업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1985년 1월 31일 매일경제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돼지고기 가격은 상승세로 바뀌었고, 육가공업체들은 원료육의 가격 상승으로 적자경영을 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1985년 11월 14일 매일경제

육가공업 등의 돼지고기의 수요처가 늘어나 양돈업이 다시 호황을 누릴 기세를 보이자 양돈가는 경쟁적으로 돼지를 입식하여 번식모돈과 종자돈의 품귀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돼지사육두수는 폭증하여 적정사육두수를 초과하게 되었으나, 양돈가의 돼지고기 가격상승기대에 따른 출하기피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1986년 7월 15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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