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축산뉴스

세종·공주축산시장에 깃든 축산 민심

오늘도힘차게 2014. 3. 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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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축산농 FTA 등 '3중고'… 세종공주축산시장


▲19일 오전 5시 30분 세종공주축산시장이 개장되자마자 도매업자와 중개인, 구매자가 소를 보며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김대호 기자


▲19일 오전 5시 30분 세종공주축산시장이 개장되자마자 도매업자와 중개인, 구매자가 소를 보며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김대호 기자


19일 새벽 5시 10분 충남 공주시 금흥동에 위치한 세종·공주축산시장. 소를 팔기 위한 '경쟁'이 아닌 경기불황,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사료 값, FTA 등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는 축산인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간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친 자식처럼 키웠던 소를 생계유지를 위해 넘기는 슬픔도 잠시, 이젠 '한·캐나다 FTA 체결'이라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장벽에 맞서야 한다. 애지중지 키웠던 황 송아지를 거래하기 위해 1시간 넘게 운전해 차가운 새벽공기를 마시며 축산시장을 찾은 최은철씨는 "정부가 축산농가가 직면한 어려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산에 이어 캐나다의 한국시장 공략은 국내 축산농가의 피해로 직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장 20분 전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던 농민에게 최근 축산업계 근황을 묻자 "소를 키우는 모든 조건이 축산농가를 없애기 위한 '적(敵)' 처럼 느껴진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한·캐나다 FTA 체결에 앞서 축산농가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수익악화에 대한 대안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FTA협정이 체결되었더라도 당분간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높다. 


가업을 잇기 위해 우시장을 찾은 20대 중반의 젊은 축산인은 "FTA 때문에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아직까진 우리 한우 맛을 원하는 고객 수요는 여전해 시세가 어떻게 변경될 지 몰라도 축협에서 배운 노하우와 한우를 키우기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외국산 쇠고기와 충분히 경쟁해볼만 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사료 값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아산에서 장을 찾은 80대 어르신은 "보통 소 1㎏ 당 값과 사료 한 포대의 가격이 일치하면 큰 이익을 보긴 어려워도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7000-8000원 했던 사료 값이 최근 1만 1000원에 달해 차익이 남지 않고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며 "농가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사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정부의 단기 자금 지원이 아닌 지역별 협회에서 사료구매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축산시장 중개거래 시장의 소값 시세는 1㎏당 7000원이었다. 


5시 30분. 가축시장의 전등이 켜지자마자 묶여 있는 소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깨달은 듯 여기저기서 울부짖기 시작했다. 동시에 소 값을 둘러싼 도매자, 중개인, 구매인 간 치열한 신경전도 펼쳐졌다. 자율 경쟁 속 유통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이날 시세는 평소 보다 ㎏ 당 500-1000원 낮았지만 거래량은 60%에 불과해 경기불황에 따른 한우 수요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입증했다. 


김정식씨(72)는 "소값은 1000원만 떨어져도 소 한 마리당 50 여만 원 손해를 본다. 오늘 130만 원에 팔리던 송아지도 원래는 170만 원에 팔리곤 했다"며 "지난해 정부가 도축 장려 후 소가 줄면 으레 소값이 오를 것 기대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이미 오른 가격 때문에 수요는 줄어들 수 밖에 없어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소값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피해는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전했다. 


비록 이날 판매를 하지 못했지만 축산인의 소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팔지 못한 소들을 자식처럼 최선을 다해 다시 돌본 후 일주일 뒤 다시 이곳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충남본부 축산사업팀 이재호 차장은 "한우브랜드 개발 및 품질고급화를 장려, 고품질 축산물 생산에 나서는 한편 한우 재사육 및 인센티브 지원 등을 통해 지역 축산농가의 수익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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