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조선의 소는 일본의 군수물자조달을 위한 수탈로 급격하게 숫자가 감소하게 되었으며, 1939년에 발생한 대흉작 등으로 극도의 식량부족현상이 나타나게 되자 고기값과 내장 등의 부속물 가격이 폭등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축산물의 수급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안정을 위하여 물가를 통제하였으며, 역용종(役用種) 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계속 소를 도축하자 축우도살제한법(畜牛屠殺制限法) 등을 공포하여 소의 도축을 금지하기도 하였습니다.
1949년 3월 6일 동아일보 축우도살제한법 |
하지만, 정부의 이런 시책에도 불구하고 매우 열악하였던 식량수급사정상 고기값은 잡히지 않았고, 소고기의 수급은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소의 살코기는 매우 접하기 힘들었고, 내장이나 소뼈를 이용한 설렁탕과 곰탕 등이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외식 먹거리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였습니다.
1950년대 설렁탕집 |
농사를 지을 소가 부족하니 식량수급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되자 정부는 소의 도축을 금지하고 피폐화된 한우산업을 다시 육성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그 바램이 무색하게 한국전쟁이 발생하게 되어 온 국민들은 만성적인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특히, 해방 이후 60여만 마리였던 한우의 사육두수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39만2천 마리까지 급감하게 되었고, 전쟁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식생활의 주식(主食)인 쌀마저 턱없이 모자란 상황에서 소고기와 내장 등은 더더욱 접하기 힘든 식재료가 되어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휴전 이후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1950년대 천막촌 |
국민 전체의 1/2 이상이 전재민(戰災民)이었고, 농우의 부족 및 농토의 황폐화 등으로 농업생산력이 저하되어 국민 대다수가 식량난을 겪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농경지를 가로지르는 영국군 탱크 |
이에 전후 경제복구정책을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였으나, 미국의 원조는 소비재 또는 잉여농산물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한국은 자립적인 생산기반을 확립하지 못한채 상당기간 대외의존성을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1960년대 식량배급 |
기본적인 식량과 농우도 부족한 마당에 소고기, 특히 살코기는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설렁탕, 곰탕 등에 들어간 내장부위가 서민들이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소고기 부위였으나, 그나마도 각종 꼼수가 등장하였습니다.
설렁탕에 들어가는 재료를 줄이면서 비슷한 유백색의 국물 색깔을 내기 위하여 미국에서 원조로 들어온 분유를 넣기도 하였고, 국물의 양을 늘리기 위하여 물을 넣은 후 화학조미료로 국물맛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군화제조용으로 수입된 소가죽에 붙었던 고기를 노점상에서 튀김, 볶음 등으로 판매하기도 하였고, 쇠가죽을 설렁탕에 넣거나 수구레로 둔갑시켜 팔다가 적발될 정도였습니다.
1969년 7월 15일 경향신문 |
모두 식품위생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을 당시에 발생한 사건들이긴 하나, 우리 민족이 소의 내장을 비롯하여 가죽부위까지 모든 부위를 먹는 문화와 뛰어난 발골기술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런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제1편 소고기 분할의 한국사-개요 바로가기 : http://themeat.tistory.com/8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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