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류의 깃털은 가금류의 신체 표면에 공기층을 만들어 체온을 보존하고, 몸의 비중을 가볍게 하여 날거나 물에 뜨기에 적합하도록 하는 등 가금류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 기능을 수행하며, 그 기능에 충실하기 위하여 쉽게 빠지지 않도록 두꺼운 깃촉이 가죽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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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깃털을 제거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도축에 대한 지식이 없던 시절에는 산채로 깃털을 뽑거나 도축 이후에 별다른 과정없이 깃털을 뽑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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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보다 훨씬 얇게 박혀 있는 털을 뽑는 것도 통증이 심하고, 피부에 많은 자극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속 한 장면인데요.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산채로 깃털을 뽑는 것은 가금류에게 큰 고통을 주는 행위이며, 육질과 가죽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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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육질과 가죽에 손상을 주지 않고 효율적으로 깃털을 뽑기 위하여는 깃털이 박혀 있는 모공 부위를 이완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류는 오래전부터 가금류의 가죽에 일정한 열기를 가하여 모공 부위를 이완시키는 탕침(湯浸, scalding)방식을 가금류의 도축에 적용하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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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위관 이용기가 지은 한국음식 책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닭국의 조리법을 “닭을 뜨거운 물에 데쳐 털을 깨끗이 뽑아내”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영계찜은 “영계를 뜨거운 물에 튀겨 털을 뽑고”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튀하다”란, 새나 짐승을 잡아 뜨거운 물에 잠깐 넣었다가 꺼내어 털을 뽑는 것으로 탕침방식에 의하여 탈우(脫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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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
또한, 조선 후기 이규경이 저술한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닭튀김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살찐 닭을 뜨거운 물로 데쳐 내어 털과 내장을 제거한 다음 통닭 위에 소금만 살짝 뿌려 참기름에 튀기는데 타지 않게 하라”고 하였으며, 요리연구가이자 교육자인 방신영이 1913년에 저술한 조리서인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는 닭볶음과 관련하여 “닭을 잡을 때 먼저 사지를 동여매어 놓고 칼이나 도끼로 목을 자르고 펄펄 끓는 물을 닭에 끼얹으면서 털을 깨끗하게 뜯은 후에 채반에 놓아서 물기가 없어지도록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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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연문장전산고 |
또한, 닭찜에 대하여는 “닭을 잡아서 죽인 후에 뜨거운 물을 끼얹어가면서 털을 뜯는다. 남은 잔털은 신문을 돌돌 말아서 심지 꼬듯이 꼬아 불을 붙여가지고 닭의 몸을 그슬리면 잔털이 다 탄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었습니다.
가금류의 깃털을 탕침방식에 의하여 제거하는 내용을 담은 일반적인 문헌들과 달리 18세기 이후로 추정되는 저자미상의 조리서인 박해통고(博海通攷)에는 닭구이와 관련하여 “닭 털과 깃털을 제거하는데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 말고 손으로 깨끗하게 털을 뽑아야 한다”라고 하여 탕침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깃털을 제거한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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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통고 |
현대시대가 된 이후에도 위생과 가축전염병 등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던 시절에는 재래시장에서 생닭 등을 직접 판매하였으며, 소비자가 손질을 원하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도축하여 탕침 후 탈우(脫羽)하여 판매하거나 키우던 가금류를 식용하기 위하여 자가도축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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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살아있는 생물에서 생산되는 가금육은 변질이나 부패가 쉽고, 인수공통전염병이 확산될 수 있으므로 가금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위생시설과 검사시설이 갖추고 허가받은 곳에서만 도축하도록 하여 원칙적으로 자가도축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최근 도계장의 대형화 및 자동도계설비의 도입으로 가금류는 대부분 자동화된 시설에 의하여 탕침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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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편 가금류 탕침의 방법 바로가기 : http://themeat.tistory.com/5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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