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와 돼지고기의 한국사에 대하여 알아봅시다...(제12편 1990년대 국내상황-4)

돼지와 돼지고기의 한국사에 대하여 알아봅시다...(제12편 1990년대 국내상황-4)

1996년말에 발생한 돼지호흡기질환 및 설사병의 유행 등에 의하여 돼지의 사육두수가 적정수준에 미달한 상태에서 1997년 수출물량이 폭주하게 되자 공급량 부족으로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하였고, 7월부터 축산물시장의 개방으로 삼겹살과 목살 등의 돼지고기가 대량으로 수입되기 시작하자 국내 돼지고기시장은 삼겹살의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1997년 3월 13일 경향신문

물론 당시 돼지고기 못지 않게 소고기도 많이 수입되고 있었는데 1997년 9월 미국 네브라스카산 소고기에서 O-157균이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O-157균이 검출된 네브라스카산 소고기를 수거하는 모습

O-157균은 대장균의 일종으로서 인체에 침입하게 되면 설사와 복통 등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에는 합병증으로 용혈성 요독증을 일으키거나 시망에 이를 수 있는 전염성이 매우 높은 균이었습니다.

병원성 대장균 O157:H7 현미경 사진

이에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를 전량 반송조치하는 등 발빠르게 조치를 취하였으나, 축산물에 대한 불안이 팽배하게 되어 한우를 비롯한 국내산 돼지고기의 수요량도 급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연초부터 한보철강 부도를 시작으로 11월까지 삼미, 진로, 대농, 뉴코아, 해태, 대우 등의 대기업이 줄지어 도산하거나 경영위기가 발생하였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대량해고 등에 의하여 경제가 계속 악화되다가 결국 한국정부는 1997년 11월 21일 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 ;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IMF 외환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IMF외환위기 당시 MBC 뉴스

IMF 외환위기는 약 1만개 이상의 국내 기업을 도산시켜 고용불안 및 실질임금의 증가세 둔화 등의 문제를 야기하여 소비까지 위축시켰습니다.

IMF외환위기 이후 주요 경제지표의 변화 추이

이에 축산물 소비가 전체적으로 감소하게 되어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게 되었고, 특히 1997년 7월 이후 시장이 개방된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이미 대량으로 수입된터라 가격하락현상이 더욱 심하였습니다.

1997년 12월 4일 매일경제

게다가 환율의 상승으로 사료가격 및 유가까지 폭등하게 되자 양돈가에서는 더 이상 돼지를 기를 수 없다며 대규모 투매현상(投賣現象)까지 발생하여 산지돼지의 가격은 폭락하게 되었습니다.

1997년 12월 30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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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양돈가의 돼지투매현상이 휩쓸고 간 이후 돼지의 사육마릿수는 급락하게 되었으나, 양돈가는 향후 돼지가격의 인상을 기대하며 출하량을 조절하여 산지돼지가격은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고, 산지돼지가격이 점차 상승할 기미가 보이자 양돈가는 다시 돼지를 경쟁적으로 사육한 결과 1998년 12월 돼지사육마릿수는 778만 마리로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게 되었습니다.

1998년 12월 2일 한겨레

이에 수출의 호조와 국내 돼지고기 수요량의 증가로 돼지고기가격은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으나, 1999년 6월 벨기에에서 수입한 돼지고기에서 발암물질의 일종인 다이옥신이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kbs 뉴스 다이옥신 보도

정부는 즉시 벨기에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중단하고 회수조치에 나섰으나, 극히 일부만 회수되고 상당량이 이미 유통된 이후였습니다.

다이옥신파동으로 수입축산물을 회수하는 모습

다이옥신은 청산칼륨보다 독성이 강하고, 극소량의 섭취로도 기형아 출산, 성기능 및 면역력 저하 등의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는 물질로서, 벨기에의 사료업체가 사료용 유지가 아닌 공업용 유지를 사용하여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은 국내만이 아니 전세계적으로 문제화되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벨기에산 육류의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1999년 6월 8일 경향신문

이를 계기로 국내 돼지고기업체들은 수입산 돼지고기를 국내산 돼지고기가 대체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여 다양한 홍보를 하였으나, 다이옥신 육류에 대한 소비자 불안심리는 벨기에산 돼지고기만이 아닌 다른 축산물에도 확산되어 한동안 모든 축산물과 그 가공품의 수요량까지 급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다이옥신파동으로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식당의 모습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이옥신에 대한 불안감이 서서히 가라앉게 되자 다시 수입산 돼지고기의 소비량은 점차 늘어갔습니다.

당시 경기침체로 주머니가 얇아진 대다수의 서민들에게는 가격이 우선시 되었던 만큼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의 70% 정도 수준으로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였던 수입산 돼지고기의 수요량이 증가하였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였습니다.

1999년 7월 26일 매일경제

이에 국내산 돼지고기의 수요량은 감소하게 되어 1999년 9월 돼지사육두수는 781만 마리를 기록하고, 가격은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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