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정육상식

돼지와 돼지고기의 한국사에 대하여 알아봅시다...(제12편 1990년대 국내상황-2)

오늘도힘차게 2019. 12. 26.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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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돼지고기의 한국사에 대하여 알아봅시다...(제12편 1990년대 국내상황-2)



1991년부터 시행되는 육류 부위별 차등가격제의 시행을 앞두고 사재기현상 등이 기승을 부리게 되어 돼지고기가격은 1990년 연말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였고, 소비자가 육류를 부위별로 구분할 수 있는 지식과 가격설정에 대한 기준도 없고, 홍보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자가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되자 돼지고기의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였습니다.


1991년 1월 12일 경향신문


그러자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요식업소 등에서는 인상된 돼지고기가격을 반영하여 음식가격을 올리려고 하였으나, 정부의 물가인상억제방침에 따라 음식가격을 인상할 수 없어 양을 줄이는 편법을 쓰기도 하였습니다.



그외에도 돼지고기 부위별 차등가격제를 위반하여도 별다른 제재가 없고, 홍보부족 등에 의하여 돼지고기의 원산지와 돼지고기 부위를 표기하지 않는 정육점이 많은 상태에서 국내산 돼지고기의 가격이 계속 폭등하자 물먹인 돼지고기 또는 수입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고가로 판매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였습니다.



이렇게 돼지고기가격이 계속 상승하게 되자 국내산 돼지고기가격이 수입산 소고기가격을 초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게 되었고, 정부는 돼지고기의 공급량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개별 양돈가 당 모돈을 1000마리로 제한하고 있는 사육마릿수규제를 완화하여 1500~2000마리까지 사육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침을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1991년 6월 24일 동아일보


그러던 중 1991년 8월 충청남도 서천의 상가집에서 마련한 돼지고기, 가오리회 등의 음식을 먹은 조문객 85명이 집단으로 콜레라가 발병하여 그 중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당시 지금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보건사회부(保健社會部)가 콜레라의 예방수칙으로 ‘삶은 돼지고기 먹지 말라’라고 발표하여 돼지고기의 수요가 급감하고, 일본에서는 한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게 되었습니다.


콜레라환자가 집단 발생한 서천군에서 긴급방역하는 모습


이에 대한양돈협회는 삶은 돼지고기와 콜레라예방은 아무 관련성이 없으며, 정부의 콜레라 예방수칙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하였으나, 정부의 명확한 해명이 없어 돼지고기의 수요와 가격은 계속 급감하여 결국 정부는 산지돼지가격의 폭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돼지고기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수매비축하는 방침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1991년 8월 19일 경향신문


하지만, 정부의 수매비축효과가 미미하여 산지돼지가격이 계속 하락하게 되자 정부와 축협은 수매비축에 의한 돼지고기의 가격조절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어 돼지고기의 가격은 점차 상승하고, 돼지고기의 수요량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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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부는 홍보부족 등에 의하여 대부분의 정육점이 부위별 차등가격제를 준수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여 부위별 차등가격제가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전국의 정육점 중 2500개를 시범업소로 지정하여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진열 및 표시를 하여 판매하도록 하였습니다.


1992년 2월 24일 동아일보


이에 일반 정육점보다 일찍 돼지고기 부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던 백화점 등의 대형판매점들은 정육점과의 차별성을 위하여 쌀겨사육흑돼지, 무항생청정돼지, 톱밥돼지 등 육질의 차별화에 따른 고가전략을 구사하되면서 돼지고기는 점차 브랜드화되고, 품질경쟁에 접어들기 시작하였습니다.


1992년 10월 2일 동아일보


하지만, 저성장으로 인한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가격경쟁력이 우수하였던 수입육가공품의 소비량이 폭증하여 국내산 돼지고기의 소비량이 감소하게 되자 국내 육가공업계는 침체되고, 돼지사육두수는 1992년 9월 566만 마리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게 되었습니다.


1992년 12월 3일 매일경제


이에 정부는 돼지파동을 우려하여 무제한 수매방침을 결정하고, 수출확대로 국내 돼지고기시장을 안정화시키려 하였고, 마침 엔고현상(円高現象)이 발생하여 돼지고기의 대일수출이 급증하게 되어 국내 돼지고기시장은 조금 진정되는 듯 하였으나, 1993년 하반기 돼지설사병과 위장병 등이 유행하게 되면서 수많은 돼지가 폐사(斃死)한 것도 모자라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이라 불렸던 1994년, 가뭄과 폭염으로 폐사돈(斃死豚)이 급증하고 저조한 체중증가율로 돼지고기의 공급이 부족하게 되어 가격이 폭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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