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국가시책으로 정한 조선은 농민들이 장시(場市)에 모여 유흥을 즐기거나 상업활동을 위하여 이동하는 것은 국가의 근본인 농업생산에 해롭다고 판단하여 농촌에서의 장시를 금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임진왜란 등으로 국토가 피폐하게 되자 농민들은 생활의 터전이었던 농촌을 떠나 도시로 집중되었으며, 그 결과 도시의 상업인구도 증가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상업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상업의 발전에 따라 도시의 이곳 저곳에 크고 작은 시전(市廛)이 생겼으며, 육류의 살코기와 내장 또한 식료품의 일종이었으므로 시전에서 거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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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시전의 모습 |
유본예(柳本藝)가 기술한 조선 후기 서울의 인문지리 역사서인 한경지략(漢京識略)에 따르면 꿩고기는 병문(屛門), 즉 골목으로 접어드는 어귀나 그 주변의 길가에서 팔았고, 닭고기는 광통교, 즉 지금의 청계천에서 팔았으며, 돼지고기는 여러 곳에서 팔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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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지략 |
소고기는 농우(農牛)의 도살을 금지하고, 소고기와 그 부산물의 공급과 관리를 위하여 푸줏간, 다림방 또는 도사(屠肆)라고도 불렸던 현방(懸房)을 설치하여 별도로 취급하였습니다.
실학자 박제가(朴齊家)가 기술한 북학의(北學議)에 따르면 한양에는 성균관에 소재한 현방 이외에 24곳이 설치되어 있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유본예(柳本藝)의 한경지략(漢京識略)에는 23곳이라고 기록하고 있으나, 그 수는 소의 전염병 등을 고려하여 적게는 10개소, 많으면 20개소 내외로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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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푸줏간의 모습 |
유본예(柳本藝)의 한경지략(漢京識略)에 따르면 현방은 중부에 5곳(하량교ㆍ이전(履廛)ㆍ승내동(承內洞)ㆍ향교동(鄕校洞)ㆍ수표교), 동부에 3곳(광례교(廣禮橋)ㆍ이교(二橋)ㆍ왕십리), 서부에 7곳(태평관ㆍ소의문 밖ㆍ정릉동ㆍ허병문(許屛門)ㆍ야주현(冶鑄峴)ㆍ육조 앞ㆍ마포), 북부에 3곳(의정부ㆍ수진방ㆍ안국방) 총 23곳이 설치되었다고 하였으며, 경성어록(京城語錄)에 따르면 수표교에 설치된 현방이 가장 컸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설치된 현방에서 소를 도축할 수 있었던 사람은 조선의 신분제도상 최하층으로 분류되어 천대를 받았던 반인(泮人) 또는 백정(白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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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백정의 모습 |
조선시대는 농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이었던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농사에 종사하지 않고 소를 도축하는 백정을 천대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백정은 사회적으로는 천대를 받긴 하였으나, 도축의 대가로 뼈ㆍ내장ㆍ꼬리ㆍ머리ㆍ피 등의 부산물을 받은 후 이를 판매하여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부유하였으며, 지배계층이었던 사대부를 상대하다보니 이들과 결탁하거나 별도로 고용되기도 하여 의외로 인맥 또한 상당하였다고 합니다.
소를 도축한 후 대가로 받은 뼈ㆍ내장ㆍ꼬리ㆍ머리ㆍ피 등의 부산물은 오래 저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백정들은 이를 탕으로 끓여서 판매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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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백정이 팔았던 탕이 바로 설렁탕입니다.
설렁탕은 쇠머리·사골·도가니를 비롯하여 뼈·사태고기·양지머리·내장 등을 재료로 하여 10시간이 넘도록 푹 끓인 음식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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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 |
설렁탕은 저렴한 가격과 풍부한 영양가를 앞세워 서민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게 됩니다.
참고로 설렁탕이 선농단(先農壇)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긴 한데요.
조선 시대 '선농단'에서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인 '선농제(先農祭)' 후 백성을 위로하기 위하여 소를 도축하여 만든 탕(湯)을 함께 먹었고, 이것이 선농탕(先農湯)으로 불리다가 발음하기 쉬운 설렁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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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농제 |
이는 1940년 홍선표가 한국음식 재료와 식사법, 음식유래 등에 대하여 적은 “조선요리학”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을 근거로 하나, 딱히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문헌 등이 없고, 소의 도축을 금지하는 우금령(牛禁令)을 강력하게 시행하였던 조선왕조가 공개적으로 소를 도축한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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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요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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